휴먼지능 할루시네이션

VC가 수많은 창업가 중 성공할 만한 사람을 찾아내서 투자하고, 수많은 아이디어 중 성공할 만한 사업을 찾아내서 투자하는 과정을 흔히 pattern recognition이라고 한다. 본인이 지금까지 쌓았던 경험, 그리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했던 무수히 많은 옳은 결정과 틀린 결정을 참고해서 성공하는 사업과 창업가의 패턴을 찾아서 성공과 가장 공통점이 많은 곳에 투자하고, 실패와 가장 공통점이 많은 곳은 피하는 방법이다. 이는 마치 인공지능이 수많은 데이터 포인트를 학습하고 체크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패턴을 발견하고 연관 짓는 방법과 큰 개념에서는 유사한 점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VC들에겐 과거의 개인적인 경험, 판단, 결정, 이 모든 것들의 총체가 이들만의 거대언어모델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나도 VC로서의 14년 동안의 경험에서 얻은 엄청나게 많은 data point가 머리와 가슴속에 나만의 거대 모델로 존재한다. 그리고 새로운 창업가나 비즈니스를 만나게 되면, 나만의 거대 모델에서 그 어떤 패턴을 찾으려고 휴먼지능을 열심히 돌려본다. 과거에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봤는데, 그 사업이 잘 안됐다면, 내 휴먼지능은 그냥 패스하라는 내면의 목소리를 내고, 과거에 비슷한 성향의 창업가에게 투자했는데 크게 성공했다면, 내 휴먼지능은 투자하라는 내면의 목소리를 강하게 낸다.

실은, 모든 게 이렇게 간단했으면 좋겠지만, 내 안의 데이터 포인트들이 여간 많은 게 아니다.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여러 개 봤고, 몇 군데 이미 투자까지 했는데, 어떤 건 되고 어떤 건 안 됐다면, 과연 여기서 내 휴먼지능은 무슨 패턴을 발견하고 어떤 조언을 나에게 해줄까?
좋은 학교 나오고 어떤 스타트업의 초기 멤버로서 이 회사가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데 막대한 기여를 한 창업가에겐 투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 분과 비슷한 경험을 한 창업가들을 무수히 만났는데, 대부분 잘 안됐다면 내 휴먼지능은 어떤 판단을 내릴까? 그런데 잘 안된 창업가가 그다음 사업을 했을 땐 대박 났다면, 이런 경우라면 우리는 투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국에서 규제 때문에 절대로 할 수 없는 사업은? 물론, 이런 사업에는 투자를 안 하는 게 자연스러운 결정이다. 하지만, 내 거대 모델 안에는 규제받는 산업에서 틈새를 잘 찾고, 이 틈새를 크게 만들었던 데이터포인트도 있는데, 그러면 투자해야 하는 것일까? 아, 그런데 휴먼지능을 조금만 더 돌려보면, 전에 이런 논리로 크게 투자했는데 대박 망한 회사들이 여러 개 있다는 데이터포인트도 있는데, 그러면 여기서 내가 얻을 수 있는 패턴은 도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우린 매일 5개 정도의 회사를 만나는데, 대부분의 미팅을 하면서 내 머릿속에서는 이런 수많은 데이터포인트를 기반으로 패턴을 찾으려는 휴먼지능이 과부하 되면서 열심히 돌아가고 있다. 참 혼란스러운 게, 인공지능이라면 데이터포인트가 더 많이 쌓일수록 결과의 정확도가 더 높아져야 하는데, 휴먼지능의 경우 – 내 휴먼 지능 – 데이터포인트가 더 많아질수록 할루시네이션의 확률 또한 높아져서 투자 결정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요새 이런 식으로 투자 결정을 한다. 비슷한 사업이고, 비슷한 창업가이고, 비슷한 산업이고,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는데, 과거에 어떤 사업은 잘됐고 어떤 사업은 잘 안됐다면, 잠시 휴먼지능은 완전히 꺼버리고 그냥 내 직감에 의존한다. 내 직감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지만, 최소한 환각을 일으키진 않을 것이니까.

기세

창업가나 투자자라면 ‘피칭’이라는 말이 너무나 익숙할 것이다. 창업가라면 투자받기 위해서 VC들을 대상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사업에 관해서 설명하는 피칭을 했을 것이다. 우리도 작년에 수백 개의 피칭을 듣고 봤다. 그런데 우리 같은 VC도 투자하기 위해서는 남의 투자를 받아야 해서 우리도 펀드레이징을 하고, 꽤 많은 피칭을 한다. 우리는 작년 9월에 새로운 펀드를 만들었는데, 나중에 통계를 내보니까 이 펀드를 만들기 위해서 180명이 넘는 투자자를(=LP) 대상으로 피칭했다. 어떤 분들은 그냥 줌으로 한 번 온라인 미팅만 했지만, 어떤 해외 투자자는 10번 이상 대면 미팅한 경우도 있었다.

물론, 이들이 스트롱에게 모두 다 돈을 준 건 아니다. 이 중 일부만 우리에게 출자했고, 대부분의 미팅을 전쟁에 임하는 태도로 열심히, 에너지 넘치게, 그리고 기세 넘치게 진행했기 때문에, 특히나 우리에게 자금을 출자한 분들과의 미팅은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기억한다. 이 중 기억에 남는 미팅이 하나 있는데, 당시의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하면, 펀드를 마무리해야 하는 데드라인이 몇 주 안 남았었고, 이 투자자의 돈은 꼭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실은, 이미 이 투자자에게 과거에 두 번 피칭했다 두 번 모두 거절당했기 때문에, 세 번째 시도는(=삼수) 마지막 기회였다. 절박함에 대해서 우리는 자주 이야기하는데, 당시 내 심정은 절박함 그 자체였고, 정말로 비장한 각오로 줌 피칭 미팅을 시작했다.

피칭하기 바로 전날 밤으로 상황을 리와인드 해보자. 실은 발표해야 하는 내용은 내가 14년 동안 직접 해왔던 거라서 아주 익숙했지만, 그래도 나는 전날 밤에 10번 연달아서 리허설을 했다. 약 20분 정도의 발표이니 거의 세 시간을 같은 내용을 미친 사람처럼 달달 다시 연습했던 것이다. 줌으로 파워포인트 발표를 해본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화면 공유할 때 파워포인트의 포인터/펜 기능이 가끔 충돌을 일으킬 때가 있고, 강조해야 할 부분을 빨간펜으로 체크하면서 발표하다 보면 그다음 슬라이드로 넘어가지 않는 알려진 문제점도 있다. 나는 발표의 흐름을 끊을 수 있는 이런 문제점들을 사전에 모두 방지하기 위해서, 그 전날 10번 리허설을 상대편에는 아무도 없지만, 실제로 줌을 켜고 라이브로 연습했다. 그리고 연습하면서 파워포인트의 포인터 -> 펜 -> 줌의 화면 공유 상에서의 페이지 넘기기, 이 전환이 매끄럽게 될 수 있게 충분히 연습했다.

다시 실제 피칭하는 순간으로 패스트포워드 해보자. 전날 연습을 충분히 했기 때문에 나는 자신감이 넘쳤고, 이번에도 돈을 못 받는 건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벼랑 끝에 선 각오로 엄청나게 기세 있게 발표했다. 온라인이고 작은 노트북 화면에서 발표하는 거지만, 반대편에 보이는 약 10명의 청중의 눈을 하나씩 맞추려고 노력했고, 엄청난 기세를 이들에게 100% 전달하겠다는 각오로 거의 샤우팅 하듯이 피칭했다. 그리고 이분들에게 우리는 돈을 받았다는 해피엔딩으로 이 피칭 이야기는 끝난다.

나중에, 이 LP들에게 들었다. 화면으로만 나를 보고 들었지만, 정말로 스트롱이 돈을 꼭 받아야겠다는 독기를 품었다는 각오가 강하게 느껴졌고, 정말 그 엄청난 기세가 줌 화면을 통해서도 생생하게 온몸으로 전달됐다고.

“인생은 기세다.”라는 말을 우리는 자주 한다. 밑바닥에서 시작해서 성공한 연예인들이 이 말을 하는 것을 나는 자주 들었다. 그런데 나도 좀 살아보고, 일도 좀 해보고, 투자도 좀 해보니 정말로 이 기세가 중요하다는 걸 느끼고 있다. 창업도 기세, 펀드레이징도 기세, 글로벌 진출도 기세, 심지어 우리 같은 VC가 하는 벤처 투자도 기세다. 이 모든 게 안 될 이유가 백만 가지가 있는, 했다 하면 실패할 게 거의 뻔한 일들이다. 그 와중에 되게 만들어야 하고, 되게 할 이유를 찾아야 하는데, 이건 자신감과 기세가 없으면 매우 힘든 일이다. 우리 주변에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사람들을 보면, 가끔 나는 이들이 짐승 같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본인들이 목표하는 걸 무조건 해야겠다는 의지와 이를 막는 사람들은 모두 다 짐승같이 씹어 먹어버리겠다는 기세가 보이기 때문이다.

기세는 실제로 그 일을 하는 사람에게 발동을 걸고, 누가 봐도 안 될 일을 계속 시도하게 만드는 희망과 에너지의 원동력이다. 하지만, 기세는 그 일을 하는 사람의 힘든 여정을 같이 하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전류와 같이 흐르면서 안 될 일을 되게 만드는 방향으로 기운을 흐르게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피칭할 때 내 기세가 분명히 발표를 듣는 분들에게도 전달됐고, 이들의 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나는 믿는다.

그럼, 이 기세는 어디서 나오는 건가? 내 경험에 의하면 기세는 누구나 다 후천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기술이자 자산이다. 기세는 자신감에서 나온다. 그럼,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나? 결국엔 수년, 수십 년 동안 반복하는 좋은 습관과 연습에서 나온다.

철면피

본인이 얼굴이 두꺼운 철면피이거나, 또는 주변에 이렇게 얼굴이 두꺼운 철면피 친구와 지인이 항상 몇 명씩 누구나 있을 것이다. 철면피는 말 그대로 얼굴이 두꺼워서 남의 비판을 신경 쓰지 않는 뻔뻔한 사람을 뜻하는데,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라는 말도 우리는 자주 사용한다. 이 말은 어떻게, 언제 쓰이냐에 따라 긍정적인 의미를 가질 수도 있고, 부정적인 의미를 가질 수도 있는데, 오늘은 아주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철면피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얼마 전에 미국의 슈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저당 간식 스키니딥드(SkinnyDipped)의 창업 이야기를 팟캐스트로 들었다. 초코 코팅 아몬드인데, 주로 다크초콜릿을 사용하고 코팅을 아주 얇게 해서 다른 간식보다 당과 열량이 낮은 제품인데, 모든 창업 이야기가 웬만한 TV 드라마보다 드라마틱하듯이, 이 회사의 이야기도 너무 재미있었다. 이 회사의 창업 초기에는 내가 다른 스타트업의 창업 초기에서도 항상 발견하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바로 창업가들의 철면피와 뻔뻔스러움이다. 엄마와 딸이 창업한 회사인데 제품을 오프라인 유통업체에 입점시키기 위해서 초반에는 두 분이 별의별 짓을 다 했다. 일단 Whole Foods 입점을 위해 간식 담당자를 만나기 위해서 매일 매장에서 하염없이 기다린 이야기도 있고(우리가 투자한 회사의 대표도 실제로 이렇게 한 적이 있는데, 이건 요새도 잘 먹히는 방법이다.), 더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는 회사의 본사가 있던 시애틀의 구글 건물에 몰래 들어가서, 구내식당에서 어슬렁거리면서 쉐프를 찾았고, 스키니딥드 제품을 구글 직원들에게 간식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설득한 이야기다.

이런 두꺼운 낯짝으로 고객사, 투자사, 협력사에 쳐들어가는 건 내가 아는 매우 많은 창업가가 창업 초기에 했던할 수밖에 없었던 공통된 필수 코스인데, 실제로 사업을 하다 보면 누구나 다 이렇게 해야 하는 시점이 있다. 그리고 정말 성공하고 싶다면 모든 창업가들이 이렇게 철면피를 깔고, 일반인들은 쪽팔려서 절대로 하지 못하는, 그런 일들을 해야 한다.

나도 오래전에 영업하면서 철면피 영업을 했었고, 뮤직쉐이크를 하면서도 여러 번 이런 경험이 있고, 스트롱을 처음 시작할 때도 그냥 여기저기 쳐들어가서 달성하고자 하는 일을 시도해 본 적이 있다. 모든 쳐들어감이 성공하진 못했고, 어떤 경우에는 철면피가 찢어지기도 했지만, 어쨌든 나는 정말 간절했고, 그 간절함이 당시에 이런 두꺼운 낯짝을 형성해 준 것 같다.

나도 이런 경험을 직접 해봤기 때문에 우리 투자사 대표님들에게도 가끔 이렇게 해야 한다고 하는데, 많은 분들이 “저는 그런 거 원래 못해요” , “뭐,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요?”라는 말을 한다. 나는 “네, 그렇게까지 해야 합니다.”라고 하지만, 실제로 철면피를 깔고 행동할 수 있는 분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런데 이분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 위에서 말한 스키니딥드 창업가나 과거의 나 같은 사람도 태어날 때부터 쪽팔림을 모르고,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철면피였던 건 아니다. 이들도 당연히 안 만나주려고 하는 사람들의 사무실에 불쑥 쳐들어가거나, 누가 건물의 출입구를 열어주기를 하염없이 추위에서 기다리거나, 안 사겠다고 하는 잠재 고객사 대표의 새벽 출근길 자가용의 문을 기사님 대신 매일 열어주고 인사하는 짓을 너무너무 즐겁고 기쁘게 하진 않을 것이다. 이들에게도 아주 창피하고, 자존심 상하고, 하기 싫은 일이지만, 해야 하니까 하는 것이다.

모든 창업가에겐 어느 정도의 철면피가 꼭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들이 회사를 처음 창업하고, 회사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가기 전까지는 대부분 투자자들이 만나고 싶지 않거나 관심 없는 사람이고, 협력업체들이 협업하고 싶지 않거나 관심 없는 사람이고, 좋은 잠재 임직원분들이 만나고 싶지 않거나 관심 없는 사람인데, 나를 만나기 싫거나 나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과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냥 얼굴에 철판 깔고 쳐들어가는 것이다. 아주 힘들고, 아주 쪽팔리고, 아주 자존심 상하고,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이 드는, 그런 행동이지만,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이렇게 무리수를 둬서 일단 만나면 그 이후에 안 될 일도 되는 것을 나는 직접 경험해봤고, 여러 번 옆에서 목격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그 누구도 철면피를 갖고 태어나진 않았다. 꼭 필요하고, 꼭 해야 하니까 낯짝을 두껍게 만든 것이다.

학생 창업가를 위한 몇 가지 조언

나는 개인적으로 학생 창업가를 좋아하고, 이들이 창업하는 걸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응원한다. 우리가 학생 창업가에게만 전문적으로 투자하거나 이들에게만 투자하는 펀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스트롱은 지금까지 꾸준히 대학생 창업팀에 투자하고 있고 이들이 하는 몇 개의 이벤트를 후원하고 있다. 그리고 우린 모두 다 바빠서 외부 강연이나 발표는 거의 안, 못 하고 있는데, 학생들 대상의 강연이나 발표, 또는 해커톤 심사는 웬만하면 시간을 만들어서 참석하고 있다. 창업가들의 나이는 점점 더 낮아지고 있는데, 우리가 지향하는 첫 번째 기관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제는 학생들에게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학생들은 스트롱의 미래의 고객이기 때문에 우리가 학생들 대상으로 하는 모든 활동은 잠재 고객에 대한 영업/마케팅 활동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들이 지금 또는 나중에 창업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VC가 스트롱벤처스가 되는 게 우리의 목표다.

내가 스트롱을 시작한 2012년만 해도 학생들은 창업을 거의 하지 않았다. 창업이 뭔지도 몰랐고,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고, 이들에게 투자해 주는 VC도 없었다. 창업은 취업하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마지막 옵션이었기 때문에 내가 당시에 만났던 학생 창업가들은 준비도 안 됐고, 실력도 없었다. 실은, 아직도 대부분의 학부생이나 대학원생들은 취업을 선호하긴 하지만, 요샌 창업을 1순위로 생각하는 학생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요새도 우린 더 많은 학생 창업가를 만나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데, 혹시 이 글을 읽는 학생분들 중 좋은 방법이 있다면 언제든지 제안해 주시면 좋겠다.

이미 창업했거나, 창업을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내가 몇 가지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 꼭 이렇게 하라는 건 아니지만, 창업하기 전에 충분히 생각해 봐야 하는 주제들이고, 몇 개는 나중에 회사가 켜졌을 때 이 회사를 완전히 망가뜨릴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가장 첫 번째 조언은, 사업은 학교 과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만나는 많은 학생 창업가는 실은 학생 창업가가 아니라 그냥 창업 과제를 하는 학생이다. 이들은 사업할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고, 그냥 학업 외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고, 멀리서 다른 창업가를 보니까 본인들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법인설립하고 대표이사 명함 만들고, 코파운더 명함 만들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수준의 활동을 하고 있다. 어떤 분은 소위 말하는 스타트업 대표이사 놀이에 빠져있고,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하는 게 목적인데, 이력서에 “ABC 창업 경험” 한 줄 달기 위해서 창업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하다 보니, 당연히 사업을 풀타임으로 안 한다. 학업을 하면서 사업을 병행하는데, 이렇게 대충대충, 건성건성 해서 제대로 된 사업을 만들 수 있다면, 우리가 14년 동안 투자한 290개의 회사는 모두 다 유니콘이 돼야 했다.

그래서 내가 학생 창업가에게 가장 먼저 드리고 싶은 조언은, 정말로 제대로 사업을 하려면 일단 그 마음가짐부터 제대로 가지고, 이를 실제로 행동에 옮기려면 학업을 휴학하거나, 아니면 자퇴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제대로 사업을 할 수가 없다. 너무 이진법적인 생각 같지만, 창업은 all in or nothing이다.

두 번째 조언은, 교수님의 말을 맹신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되도록 창업하는 회사의 주주명부에서 교수님은 빼거나, 아니면 이들의 지분을 2% 이하로 낮추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다. 내가 만나는 대부분의 학생 창업 스타트업은, 그리고 특히 지도교수가 있는 대학원생이 창업한 스타트업의 창업팀에는 지도교수가 들어가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이들은 3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게 왜 틀렸는지는 내가 전에 이 글에서 대략 설명했는데, 다시 한번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스타트업의 코파운더는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이 사업 생각만 해야 하고, 이 사업에 그 무엇보다 높은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교수들은 이게 구조적으로 안 된다. 왜냐하면 학교가 이들의 직장이라서 항상 학교가 이들의 우선순위이기 때문이다. 나는 회사가 잘 되면 가장 고생하고 기여를 많이 한 사람들이 가장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지분이 이걸 결정한다. 회사가 안 되면 역시 지분이 가장 많은 분들이 모든 책임과 비난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회사에 all in 하지 않고, 시간이 날 때마다 와서 파트타임으로 조언과 훈수를 하는 교수들이 지분을 이렇게 많이 보유하는 건 확실히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교수들은 학교에서 가르치고, 본인이 창업한 회사가 있고, 지도하는 학생들이 창업한 3~4개 회사의 높은 지분을 보유한 C 레벨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런 구조로 회사가 나중에 투자받고, 좋은 사람을 채용하고, 잘 되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되도록 교수는 창업팀에서 빼라. 꼭 이들의 조언이나 도움이 필요하다면 스톡옵션을 0.5% 이하로 주고 고문으로 모시는 걸 권장한다. 전에 어떤 학생 대표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니까 굉장히 곤란해하면서 나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본인도 졸업해야 하는데, 지도교수님이 승인하지 않으면 졸업을 못 하므로 이런 껄끄러운 대화를 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그래서 내가 위에서 말한 대로 진짜로 사업을 하려면 그냥 학업을 중단하는 게 이런 졸업의 고민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아니면, 교수님과 이 힘든 대화를 해서 쇼부를 봐야 한다. 사업하면 이보다 훨씬 더 어려운 대화를 많이 해야 하고 훨씬 더 힘든 결정을 많이 해야 하는데, 여기서부터 막힌다면 사업 못 한다.

마지막 조언은, 스타트업은 돈을 버는 사업을 만드는 곳이지,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기술을 개발하는 조직이 아니라는 점이다. 본인이 현재 개발하고 연구하는 분야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면 이건 정말 대단하고 축하할만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게 세계 최고의 사업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아니, 그렇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럼, 노벨상 받은 모든 이론과 기술이 유니콘 사업이 돼야 한다. 기술은 그냥 단지 기술일 뿐이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더 나아가서는 돈을 버는 사업으로 진화시키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다. 연구보다 사업이 더 어렵다는 말이 아니다. 그냥 완전히 다르다는 말이다.

우리 같은 VC는 기술에 투자하지 않는다. 그 기술로 만드는 돈을 버는 사업에 투자한다. 이걸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나는 젊고, 똑똑하고, 에너지 넘치는 학생 창업가를 정말 좋아한다. 이들이 맘먹고 사고 치면 유니콘이 아니라 데카콘 몇 마리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더 많은 학생이 창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위에서 말한 내용에 대해서 충분히 고민해 본 학생 창업가들이라면 언제든지 스트롱에 연락해 주시길.

두 번 실수하지 말자

바로 전 글에서 골프 이야기를 잠깐 했는데, 같은 내용으로 이 포스팅을 시작해 본다. 실제로 골프를 쳤던 방콕 골프장에서 1번 홀이 어려운 파 5였고, 여기서 나는 4개 오버해서 9개를 친 적이 있다.(골프 용어로는 쿼드러플인데,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점수다). 그리고 그다음 2번 홀은 파3인데, 여기서 3개 오버하면서 6개를 쳐서 소위 말하는 양파를 했고, 3번 홀은 파4인데 6개를 쳐서 더블보기를 했다. 이렇게 치고 나니 18홀 중 3개를 쳤는데 점수는 이미 9+가 됐다. 그리고 이후 4번 홀부터 내 마인드는 어차피 이번 라운딩은 망했으니까 그냥 대충 막 쳐야겠다였고, 정말로 막 쳐서 최악의 점수가 나왔다. 그리고 막 치는 4시간 내내 이번 게임은 망했으니까, 다음에 제대로 쳐야지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 숙소로 돌아와서 생각해 보니, 정말 후회가 많이 됐고, 그날 내 행동에 대해 짜증이 많이 났다. 첫 3개 홀을 못 쳤으면, 그 다음엔 잘 치기 위해서 더 집중해야 했는데, 나는 그냥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의 마인드로 고칠 수 있는 실수를 안 고치고 계속 실수했고, 이렇게 해서 조금만 경기가 안 풀리면 그냥 막 치는 게 습관화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최악의 행동이었다.

요새 내가 듣는 몇 팟캐스트의 단골이 ‘Atomic Habits’의 저자 제임스 클리어인데, 이 책에서 정확하게 이런 행동을 절대로 하지 말라고 하면서 “한 번 실수는 사고지만, 두 번 실수는 새로운 습관의 시작이 될 수 있다.”라는 말을 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내가 초반에 골프를 못 친건 사고지만, 이후에 포기하고 마음먹고 그냥 계속 실수한 건 나쁜 습관의 시작이 된다는 말이다.

새해 결심을 아침에 운동을 열심히 하기로 했다면, 그리고 이게 작심삼일이 되는 나쁜 습관으로 바뀌는 걸 원치 않는다면, 매일 몸을 움직여야 한다. 아침 일찍 미팅이 있어서 하루 빠지고, 그다음 날은 늦게 일어나서 또 빠지면, 그냥 이번 주는 운동 안 하고 다음 주부터 열심히 해야지라는 생각을 많은 분들이 하는데, 이렇게 되면 일 년 내내 절대로 운동하지 않는다. 아침 일찍 미팅이 있어서 운동을 안 한 건 실수다. 그리고 늦게 일어나서 못 한 것도 실수다. 하지만, 그다음 날 곧바로 이 실수를 바로잡고 운동을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운동하지 않는 행동이 습관화되기 때문이다.

새해 결심이 다이어트라서 식단 관리를 잘하다가 화요일 저녁에 피자 한 판을 다 먹는 칼로리 폭탄 실수를 했다면, 그다음 날은 다시 제대로 식단 관리를 하면 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먹으면 기분이 상하고 어차피 식단 망했기 때문에 이번 주는 그냥 막 먹고 다음 주부터 다시 식단 관리하자라는 생각으로 일주일 내내 막 먹는다. 이렇게 두 번, 세 번 실수하면 막 먹는 게 습관이 돼서 다이어트는 물 건너간다. 누구도 완벽할 순 없고, 누구나 다 실수할 수 있는데, 중요한 건 그 시점에 바로 고치는 것이다. 이생망 기분으로 두 번 실수하면, 정말로 이생망된다.

운동을 빠지면, 다시 하면 된다. 잘하다가 또 빠지면, 그 이후에 또다시 하며 된다. 다이어트하는데 칼로리 폭탄을 먹었다면, 그다음 끼니는 건강하게 먹으면 된다. 건강하게 먹다가 어느 날 혼자서 치킨 한 마리랑 맥주를 먹었다면, 그다음 끼니부터 또 식단 관리하면 된다.

제임스 클리어의 두 번 실수하지 않는 프레임은 다음과 같다. 하루를 4쿼터로 나누고, 이 중 4쿼터를 모두 완벽하게 살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기는 너무 힘드니까 4쿼터 중 한 쿼터만 실수하는 걸 목표로 삼으라고 한다. 한 쿼터만 실수하고, 나머지 세 쿼터는 실수하지 않는 걸 목표로 하면 나름 좋은 습관을 만드는 인생을 살 수 있다고 한다.

한 번 실수했을 때 너무 자책하거나 실망하지 말고, 곧바로 다시 시도하는 게 연속적으로 실패하는 습관의 형성을 방지할 수 있다. “이생망”이라는 말은 우리가 절대로 생각해서도 안 되고, 입에 담아서도 안 되는 말이다. 다음 생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