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 “Ready forever, starting never”라는 말이 있다. 내가 꽤 자주 사용하는 문구인데 말 그대로 평생 준비만 하고, 시작은 못 한다는 뜻이다. 우리 포트폴리오에도 이런 창업가가 있는데,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도 내가 혹시 준비만 하고 시작은 못 하는 사람인지 스스로 물어보고 점검해 보길 바란다. 왜냐하면 이런 사람은 뭐 하나 시작도 못 하고, 시작을 못 하기 때문에 그 어떤 일도 끝낼 수가 없고, 그 어떤 일도 끝낼 수 없다면 솔직히 별로 쓸모없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준비를 철저히 하는 건 모두 다 연습해야 하는 좋은 습관이다. 내가 그나마 다른 분야보다 조금 더 잘 아는 창업과 사업 분야의 예를 들어보자. 현재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는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만족스럽지 못해서 창업을 고민하고 있다면, 이건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큰 결정, 또는 도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창업을 위해 퇴사하기 전에 돌다리도 다시 한번 두드려 봐야 하고, 안 그래도 낮은 성공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시장 조사도 해야 하고, 경쟁사가 있다면 이들의 제품도 면밀하게 사용해보고, 초기 고객은 어떻게 모으고, 돈을 벌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과 준비를 해야 한다.
하지만, 준비에는 한계가 있다. 스타트업이라는 것 자체가 항상 불확실성과 함께하는 여행이고, 필요한 정보의 4분의 1만으로 대부분의 결정을 해야 하는 위험한 게임이다. 실은, 필요한 정보의 4분의 1만 확보해도 꽤 많은 준비를 한 것이다. 완벽한 준비란 어차피 없어서 우리보다 이 길을 더 먼저 갔던 선배창업가들은 시간을 정해놓고 그때까지 최대한 많은 준비를 하되, 그 시간이 되면 준비가 되든 안 되든 일단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링크드인을 만든 리드호프먼의 이 유명한 말이 모든걸 요약한다.
“창업은 절벽에서 뛰어내리면서 떨어지는 동안 비행기를 조립하는 것과 같다.”
이 논리는 창업을 결정해서 시작할 때뿐만 아니라 이후에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출시할때도 그대로 적용된다. 우리 투자사 중에도 수년 동안 새로운 제품을 준비만 하다가 결국 출시도 못 한 곳도 있는데, 전형적으로 준비만 하다가 시작도 못 한 사례다.
왜 그랬는지는 이해한다. 막상 출시하려고 보니, 제품이 완벽하지 못했고, 이미 비슷한 제품을 경쟁사가 출시하면서 시장이 바뀌었고, 갑자기 우리가 타겟했던 MZ 세대가 더 이상 돈이 없는 등,,,수 많은 이유가 있었다. 그래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완전히 출시 기회를 놓치면서 길게는 2년 이상 야심차게 준비하던 제품을 아예 시작도 못 한 경우를 나는 꽤 많이 봤다.
이렇게 준비만 하고 시작을 못 하는 창업가도 있지만, 준비는 거의 안 하고 시작은 잘하는 분도 있다. 실은 이런 분도 이상적인 창업가는 아니다. 너무 준비를 안 하고 시작하면 오히려 더 세게 다치거나 망하는 경우가 많다. 위의 리드호프먼의 말을 이런 분에게 적용하면 그냥 아무 생각없이 절벽에서 뛰어내리는건데, 그러면 그냥 바로 뒈진다.
그래서 나는 완벽한 준비와 빠른 시작, 이 양극단 사이의 적당한 선에서 창업가는 타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할 수 있는 만큼 준비하되, 완벽한 준비는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잘 파악하고, 최대한 빨리 출시하되 최소한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시작하고, 이후에 시장과 고객의 요청 사항에 맞춰서 수정하고, 다시 출시하면서 이걸 계속 반복하는 창업가가 성공 확률이 높다는 걸 나는 매일 보고 느끼고 있다.
최악의 결말은 준비만 하다가 시작도 못 하고 끝나는 것이다. Ready forever, starting never를 하는 창업가는 절대로 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