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프라이머 28기 데모데이의 주인공은 창업가들이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이들의 피칭이다. 공식적인 행사가 끝나면 하나의 번외 일정이 있는데, 프라이머 파트너들과의 AMA 세션이다. 몇 년 전에 실험적으로 이 AMA 세션을 시작했는데, 청중의 반응이 꽤 좋고, 프라이머 파트너분들에게도 편안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라서 이젠 거의 공식적인 일정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번에도 진행했고 다른 파트너분들과 함께 나도 무대에서 다양한 질문을 듣고 답변했다.
어떤 분이 1인 창업에 대해 질문했고, 프라이머 파트너분들이 각자 본인의 의견과 답변을 공유했는데, 이에 대한 내 의견을 어떤 분이 인스타에 올렸다. 이걸 보고 몇 분이 나에게 개인적으로도 연락이 왔는데, 어떤 분은 동의하고 어떤 분은 반대하지만, 대부분 솔직한 생각을 공유해 줘서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1인 창업, 즉 sole founder 팀을 싫어한다. 그런데 위의 인스타 릴스를 보면 내가 왜 1인 창업팀을 싫어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것 같아서 여기서 충분히 설명해 보고 싶었다.
과거에는 개발능력이 없는 똑똑한 분들이 일인 창업하면 뭔가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회사에 없고, 외주를 통해서 개발하면 개발 속도가 떨어지고 품질에 문제가 생겨서 개발이 가능한 코파운더가 필수였는데 이젠 AI로 누구나 다 모든 걸 꽤 쉽게 만들 수 있게 됐다. 어쩌면 앞으로는 AI만 잘 활용하면 ‘능력없는 창업가’라는 말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렇게 능력 좋은 분이 혼자서 창업하는 게 왜 나는 별로일까?
나는 일인 창업가가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창업은 혼자서 오롯이 감당하기엔 너무나 외롭고 힘든 고난의 길이라서 무조건 코파운더 또는 코파운더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직장 동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외로움은 창업가에겐 매우 심각한 문제다. 모든 창업가가 나에게 하는 말은 창업이 너무 외롭다고 한다. 이 외로움이 쌓이다 보면, 여기에도 복리가 작용하고, 복리로 쌓이는 외로움은 결국엔 사람을 망친다. 외로움, 스트레스, 낮은 자존감과 – 사업이 주로 잘 안되기 때문에 자존감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 싸우다 보면 아무리 몸과 마음이 튼튼한 분이라도 몸과 마음이 매일 산산조각 난다. 나는 이런 걸 매일 본다.
사람마다 외로움과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이 다르다. 격렬한 운동, 술, 음식, 명상, 독서 등이 내 주변의 창업가들이 사용하는 방법 중 일부이다. 이런 내면의 외로움과 싸우는 건, 마치 자기만의 전투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어떤 창업가는 큰 전쟁을 치르고 있고, 어떤 창업가는 동네 싸움을 하고 있지만, 전투의 크기를 떠나서 이를 직접 겪고 있는 분에게는 본인의 싸움이 세상에서 제일 조용하지만 힘들고 외롭다.
이 조용한 싸움을 할 때, 옆에서 나와 함께 이 외로움을 분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마음의 큰 위안이 된다. 그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코파운더다. 대부분의 코파운더는 사업이나 돈으로 서로 엮이기 전인 순순했던? 시절부터 오랫동안 알던 분들이다. 이런 분들은 단순히 사업을 함께 하는 사람 그 이상이다. 제품을 같이 만들고, 펀딩을 같이 하고, 채용을 같이 하고, 영업을 같이 하고, 고객을 같이 만나는 직장 동료이기도 하지만, 이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 스타트업이라는 더러운 똥 밭에서 구르면서 지치지 않고 미치지 않게 서로를 격려하고 다독거려주는 사람들이다. 누가 그러지 않았던가 –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고. 스타트업은 빨리 가면 지친다. 멀리 가야하고 멀리 가려면 동료가 있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sole founder에게 투자하는 걸 꺼리는 것이다. 똑똑한 분이 혼자 창업해서 AI 에이전트 100개를 만들어서 모든 걸 돌리면 결정도 더 빨리하고, 돈도 더 잘 벌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평생 혼자서 사업을 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AI가 모든 걸 만들고, 창작하고, 심지어 의사결정까지 하는 시대에 우린 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대일수록 나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술은 변한다. 시장도 변한다. 모든 게 변한다. 하지만 모든 좋은 회사의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이 있고, 이 사람들과 같이 일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진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