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투자하면서 많은 실수를 했고, 그 실수만큼 많은 걸 배웠다. 벤처투자는 어려운 일이지만, 내가 이 업을 사랑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다른 분야에 비해서 실수에 관대하다. 그리고 실수를 하는 사람들도 솔직하게 본인의 잘못을 인정한다. 또한, 실수를 한 후에는 그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한 배움에 집중한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다른 산업에서는 이런 당연한 것들이 잘 안 보인다.

그동안 내가 배우고 느낀 것 중 하나는 직접 돈으로 투자해야지, 입이나 손가락으로는 투자하지 말라는 점이다. 우리 주변에는 입과 키보드로 투자하는 가짜 투자자들이 너무 많아졌다. 내가 투자를 시작했을 땐, 소셜 미디어가 메인스트림 시장으로 들어오기 전이라서, 손가락보단 입으로 투자하는 사람들만 있었다. 언론과의 인터뷰나 오프라인 행사에서 이들은 마치 대학교수와 같이 본인들의 이론을 펼치면서 왜 어떤 회사는 잘 되고, 어떤 회사는 잘 안되는지 청산유수와 같이 말한다.

나도 이런 사람들이 말하는 걸 처음 들었을 땐, 이분들을 투자의 신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똑똑해 보이고, 스타트업에 대한 이론은 거의 완벽했기 때문이다. 10개의 질문을 하면, 10개의 정답을 알려줬다. 하지만, 이론이 완벽한 투자자들이 여기저기서 좋은 말은 많이 하지만, 실제로 어떤 회사에 투자했는지 알아보면 포트폴리오사가 거의 없거나, 5년째 펀드를 못 만들고 있는 가짜 투자자임을 알게 됐다. 그리고, 나도 직접 투자를 하면서 이 분야의 경험이 조금씩 생겼고, 실제 스타트업 세상은 완벽한 이론과는 완전히 다르게 돌아간다는 걸 매일 느끼고 있다. 투자자로서 가장 중요한 건 외부 행사나 언론에서 입으로 투자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돈을 집행하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가 커지면서 이제 손가락과 키보드로 투자하는 가짜 VC들도 너무 많아졌다. 투자에 대한 교과서를 여러 권 쓸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요새 너무 많고, 이들의 글을 읽어보면 모두 다 투자의 귀재들인 것 같다. 이 회사는 이래서 잘 됐고, 저 회사는 이래서 망했고, 창업가들은 이렇게 해야 하고 등등.

하지만, 매일 매일 창업가들을 만나고, 이들에게 투자하면서 진흙밭에서 같이 구르는 투자자가 봤을 땐, 이들의 이론은 하나도 안 맞는다. 그 이론이 하나도 안 맞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은 직접 투자를 해보지 않고, 남들이 하는 말과 책에서 읽은 것들을 아주 논리적으로 짜깁기하고 편집하기 때문이다.

입과 손가락을 투자하는 가짜 투자자들을 경계해야 한다. 창업가들도 이런 투자자들을 만나면 이들이 그동안 어떤 회사에 투자했는지, 그 투자는 본인들이 발굴해서 직접 한 건지, 아니면 이들이 다니는 회사의 다른 사람들이 투자한 건지, 또는 그냥 회사와 관련된 분을 통해서 그 회사의 주식을 조금 산 건지 등등, 이런 질문을 자세히 하고 이들이 진짜로 투자하는 사람들인지, 아니면 입과 손가락으로 투자하는 사람들인지 판별해야 한다.

오히려 진짜 투자를 하고, 경험이 많은 투자자들은 완벽한 이론과 흑백 논리보단 주로 “잘 모르겠다.” ,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라는 말을 많이 할 것이다. 왜냐하면 정말로 벤처 현장에 가보면, 모든 게 가능하고, 모든 게 불가능하고, 절대로 교과서와 같이 사업이 전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진짜 투자자는 입이 가는 곳에 돈을 집어넣는다.(put their money where their mouth is). 가짜 투자자는 입과 손가락만 살아 있다.